내 방 시계가 죽었다.
아니 몇 달 골골 했는데 내가 안락사시켰다는게 맞겠다.
언젠가부터 주말만되면 귀신같이 시간이 늦춰줘서 거 참 신기할세 하면서 월요일 아침에 다시 맞추곤 했는데 그것도 얼마 못가 평일에도 늦어지더니 이제 어쩔 수 없게 되버린 것이다.
요 시계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 때 ㅇㅎ선배가 내 생일에 선물로 주었던 오렌지빛의 상큼한 시계니까 10년이 넘었구나. 동그란 모양에 색이 좋아서 무척 맘에 들었는데 말이다. 이 시계가 명을 다하고 나니 괜실히 그 선배와도 인연이 다한게 아닐까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든다. 학교다닐 적 선배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더라도 결혼까지 갔을지도 모르는데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이제 둘 다 늙어버려서, 몸도 늙었지만 마음도 열정도 늙어서 뭘 더 어쩔 수는 없겠다만.
새로 시계를 사야하는데 이것 또한 막상 사려니 어렵군.
그러고 보면 올해들어 익숙했던 것들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몇 건 있다.
여름까지 잘 차고 다녔던 손목시계가 망가져서 스타일좋은 길거리 시계를 선물받았는데 그것은 며칠 안가서 끊어졌고 얼마전 거금들여 하나 샀기도 했고, 말많았던 벨트도 겨우 장만했고, 이제 벽걸이 시계까지 망가지고 나니 기분이 좀 이상한 것도 사실이다. 왠지 내 생활 자체를 정리해야하지 않을까...하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