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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결혼에 친정에선 걱정을 했다. 아이를 낳을 거냐며.
엄마와 두 언니들은 은근히 아이 없이 둘이 행복하라며.
참고로 조카만 다섯이다.
시댁에선 둘 만 잘 살으라며 그 다음 말은 참으시는 듯 했다.

결혼 3년차.
친정은 이제 아이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시어머니는 점점 자주 아이 소식을 물어보신다.

나도 내가 당연히 엄마가 될 줄 알았지. 마흔 전까진.
결혼 전엔 엄마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결혼이란 걸 하고 보니 건너서는 안될 강이란 걸 알았다.
안될까 하던 남편도 이젠 현실을 직시했다.
피임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

왜냐고? 찬찬히 알려줄게.

먼저, 그래 이 나이에 임신도 쉬운 거 아닌 거 안다. 나도 다른 사람들한텐 아이는 축복이라고 얘기해. 남일이니까.
그런데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1. 늙었어.
시작부터 늙은 정자와 늙은 난자와 늙은 산모.
아이도 산모도 위험 부담이 크다.
거기에 세상에 나오면 늙은 부모 뿐. 같이 놀아주기도 보살피기도 버거운 부모라니. 학부모 모임에서 제일 늙었어. 지금도 트렌드에 멀어지고 있는데 나중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노년이 아이에게 부담이 될까봐서. 아이가 가장 활발히 세상에 도전할 때 부모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2. 머니머니머니
정말 돈이 많으면 출산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으로 안되는거 돈으로라도 해결하며 살아보게.
하지만 우리 부부는 소소소소시민이라지. 내 집은 커녕.
우리 노년도 불안정하구만.
우리 언니들 주변 사람들만 봐도 아이에게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알고있고 부족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까지도 알고있다.
풍족하진 못할망정 쪼들리게 키우고 싶지 않다.
넉넉해서 좋은 경험들을 얼추하고 살게 하고 싶고
충분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먹거리가 당연하게 키우고 싶다.

3. 안좋은 유전자는 내 대에서 끊고 싶다.
나 닮은 딸을 가지고 싶은 적이 있었다. 재밌겠다 싶었어. 물론 그 아이는 나보다 나은 사람일거라 상상했었다는게 함정.
나이가 들어감에 내 부족한 부분이 더 잘 보인다.
작은 키, 그지같은 체력, 부실한 오장육부, 어릴 때 부터 덜걱거렸던 무릎 관절, 평발, 나쁜 시력, 상처나면 오래가고 쉽게 타는 피부 같은 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얌전하다 뚜껑열리고 맘에 안들면 심하게 괴팍해지는 성정까지
남편한테까지 갈 필요도 없지. 충분하잖어.
이제껏 살며 너무 불편하고 싫었던 점들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지 않다.

4. 이 나라의 현실을 보라.
공기는 사시사철 미세먼지에 황사로 폐는 태어나면서 부터 오염이 시작되는데 해결책은 암만 생각해도 없어.
사회분위기는 서로 속이기 바쁘고 못잡이먹어서 안달이다. 나보다 약한 놈은 일단 밟고 시작해야 내가 사는 분위기. 공부를 못하거나 못생겼거나 조금의 이상만 있어도 아니 없어도 말도 안되는 이런 저런 차별이 만연해 있지.
이 분위기는 쉽게 좋아지지 않을거야. 한참 더 썩어 고름이 터지고 아물어야 될까 말까겠지.

원래 부정적인 인간이긴 하다.
모든 일에 최악을 먼저 생각하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를 낳아 키워보고 싶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세뇌된 그 가족의 모습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다.

앞에도 썼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몇 년째 고민해오던 것이고 이젠 정말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나를 위해 쓴다.
살면서 다 해볼 수는 없잖아. 포기도 하고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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