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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 읽음.

재밌다.

인간의 실수로 휴머노이드가 된 기수 콜리.
경주마 투데이의 기수로 전원 ON.

인지와 학습능력 칩이 장착된 콜리는 그냥 로봇 기수가 아니다. 사고하고 표현하는 휴머노이드다.
전원이 켜진 후 ‘찬란하다’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만물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고,
흑마 투데이와의 달리며 ‘호흡’을 맞추고 ‘기쁨’을 느낀다.

‘투데이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하는 유흥이 그렇듯 투데이는 경주마로서의 효용이 끝나 버려질 위기에서 콜리는 존재 이유와 규칙 사이에서 고민하고 끝내 ‘살아’를 택한다.

우연재의 도움으로 두 번째 전원 ON.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었던 순간들이 쌓여 어색해진 가족.
가족 사이에서의 일상의 친절과 대화도 위기의 순간에는 움츠러 들어 입을 닫고 마음도 닫고 내 안에 숨기 마련이다.

보경 은혜 연재는 각자 콜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소리내게 된다. 제3자에게 속얘기 하듯.

연재의 친구 지수도 흥미로운 캐릭터.
살다보면 대범하고 추진력 좋은 친구가 있어야 한 번 모이기라도 하고 여행도 가고 그런 거다.

끝까지 다 얘기하면 읽을 때 재미없어지니 나머지는 직접 읽으시라.

한국 SF를 종종 보는데 이렇게 한 번에 읽히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익숙하게 첨단이야.
 

and

예상치 못한 이벤트로 별 일 없던 일상이 뒤집히곤 한다.
경사는 하루 정도 신나면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조사일 경우엔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몇 년.이 지나도 새삼스럽게 새삼스럽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워낙 연로하시고 천천히 안좋아지시다 요양원에서 주무시다 돌아가셨다.
임종도 못봤고. 돌아가신 정확한 시간도 모른다. 돌아가신 걸 요양사분이 발견하신 거니까.
남편은 이제 늙은 고아가 되었네.

절을 하면서 어머님께 다짐했다.
아드님 지켜주겠다고.

금요일엔 삼우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갔다.
갑자기 돌아가신 터라 천주교식 장례를 할 수 없었지만 돌아가신 분이 원하셨던 바가 있어 이렇게라도.
작은 성당이라 소박하고 아담하였다.
나는 백만년만에 간 거라 미사포를 차마 못쓰겠더라.
그래도 평온함을 느끼며 장례를 잘 마무리하였다.




경조사일 때 특히 더 그렇다.
자기 일 아니라고, 가볍게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서 듣고 본 얄팍한 정보로 한 마디씩 하지.
이젠 그냥 떠들어라... 한다. 대꾸할 필요도 없고.
닥쳐야 알게 될테니.



아무튼.
엄마한테 잘하자.

and

어디든 그 곳에서 주인이 되어라. 그러면 그 곳이 바로 참된 곳이리니.
隨處作主 立處皆眞

대학교 4학년 때였나.
그림 제목을 저렇게 짓고 전시를 했더니 스님 한 분께서 누구 그림이냐 물으셨던 기억 갑자기 난다.

방황의 시기에 나를 붙들어매준 글이었지.
어디든 내가 이 곳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임하면 잘 될거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던 듯 하다.
하지만 내 20대 사회생활은 엉망이었고.
언젠가부터 잊혀진 글귀였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어디든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임하면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다는 뜻이니 내가 맘대로 잘못 이해하고 버렸던 것이네.

참되다.....오만가지 의미로 해석 되겠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 이르니 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아직도 실천은 잘 못하고 있고.
계속 곰곰히 생각하고 행하다 보면 크게 깨닫는 날 오겠지.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and

손으로 조물조물 뭔가를 만들고 싶다.
그게 내 생업이 되어도 좋겠다 싶다.

어제 프로젝트에서 퇴출된다는 얘기를 들으니 또 한없이 이 생활이 지겨워졌다.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잘한다는 평가도 받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최고 결정권자를 잘 구워 삶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일을 잘 하던 못 하던.
옆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입안의 혀처럼 챙겨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건 그거고.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응 이제껏 거의 본 적이 없다.
배움의 차이는 아닌게 확실하고 경험의 차이도 잘 모르겠고 그저 인격의 차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여하간 난 또 다른 일을 알아봐야하는데.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고 나면 기운이 쇠해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짧고 굵게 에너지를 쏟으니 그러하겠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할 수 있을까. 하게 될까.

프로젝트가 끝나가면 꼭 이렇게 홍역을 앓는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진단했고 난 아니라고 했지만 마음의 상처. 그게 맞다.
내 맘을 들여다 보고 잘 다스려보자.

 

and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일어나
그리고 일단 나가
회사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생각이란걸 해.

출근 전에 생각이란 걸 해봤자
회사가기 싫어. 가 다 잖아.

and

늦은 결혼에 친정에선 걱정을 했다. 아이를 낳을 거냐며.
엄마와 두 언니들은 은근히 아이 없이 둘이 행복하라며.
참고로 조카만 다섯이다.
시댁에선 둘 만 잘 살으라며 그 다음 말은 참으시는 듯 했다.

결혼 3년차.
친정은 이제 아이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시어머니는 점점 자주 아이 소식을 물어보신다.

나도 내가 당연히 엄마가 될 줄 알았지. 마흔 전까진.
결혼 전엔 엄마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결혼이란 걸 하고 보니 건너서는 안될 강이란 걸 알았다.
안될까 하던 남편도 이젠 현실을 직시했다.
피임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

왜냐고? 찬찬히 알려줄게.

먼저, 그래 이 나이에 임신도 쉬운 거 아닌 거 안다. 나도 다른 사람들한텐 아이는 축복이라고 얘기해. 남일이니까.
그런데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1. 늙었어.
시작부터 늙은 정자와 늙은 난자와 늙은 산모.
아이도 산모도 위험 부담이 크다.
거기에 세상에 나오면 늙은 부모 뿐. 같이 놀아주기도 보살피기도 버거운 부모라니. 학부모 모임에서 제일 늙었어. 지금도 트렌드에 멀어지고 있는데 나중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우리의 노년이 아이에게 부담이 될까봐서. 아이가 가장 활발히 세상에 도전할 때 부모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2. 머니머니머니
정말 돈이 많으면 출산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으로 안되는거 돈으로라도 해결하며 살아보게.
하지만 우리 부부는 소소소소시민이라지. 내 집은 커녕.
우리 노년도 불안정하구만.
우리 언니들 주변 사람들만 봐도 아이에게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알고있고 부족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까지도 알고있다.
풍족하진 못할망정 쪼들리게 키우고 싶지 않다.
넉넉해서 좋은 경험들을 얼추하고 살게 하고 싶고
충분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먹거리가 당연하게 키우고 싶다.

3. 안좋은 유전자는 내 대에서 끊고 싶다.
나 닮은 딸을 가지고 싶은 적이 있었다. 재밌겠다 싶었어. 물론 그 아이는 나보다 나은 사람일거라 상상했었다는게 함정.
나이가 들어감에 내 부족한 부분이 더 잘 보인다.
작은 키, 그지같은 체력, 부실한 오장육부, 어릴 때 부터 덜걱거렸던 무릎 관절, 평발, 나쁜 시력, 상처나면 오래가고 쉽게 타는 피부 같은 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얌전하다 뚜껑열리고 맘에 안들면 심하게 괴팍해지는 성정까지
남편한테까지 갈 필요도 없지. 충분하잖어.
이제껏 살며 너무 불편하고 싫었던 점들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지 않다.

4. 이 나라의 현실을 보라.
공기는 사시사철 미세먼지에 황사로 폐는 태어나면서 부터 오염이 시작되는데 해결책은 암만 생각해도 없어.
사회분위기는 서로 속이기 바쁘고 못잡이먹어서 안달이다. 나보다 약한 놈은 일단 밟고 시작해야 내가 사는 분위기. 공부를 못하거나 못생겼거나 조금의 이상만 있어도 아니 없어도 말도 안되는 이런 저런 차별이 만연해 있지.
이 분위기는 쉽게 좋아지지 않을거야. 한참 더 썩어 고름이 터지고 아물어야 될까 말까겠지.

원래 부정적인 인간이긴 하다.
모든 일에 최악을 먼저 생각하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를 낳아 키워보고 싶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세뇌된 그 가족의 모습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다.

앞에도 썼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몇 년째 고민해오던 것이고 이젠 정말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나를 위해 쓴다.
살면서 다 해볼 수는 없잖아. 포기도 하고 그런거지.

and

아침 일찍 엄마가 오셨다.
같은 이름의 다른 동네에 갔다와서 오래걸렸지.
새로 담근 김치와 고추장아찌와 다듬은 고구마줄기와
호박 가지 고추 옥수수 밤 대파까지.
우리집 식량의 큰 부분을 엄마한테 받는다.

사위가 좋아한다고 옥수수도 구지 챙겨주시지.

아무것도 하기싫은 요즘 엄마가 챙겨주는 것들에 힘을 받았다.

오늘 저녁 뭘 해먹을까 생각해본다.

and

여중 여고, 그 다음을 또 여자들과만 함께하긴 싫어 무조건 남자많은데를 가겠다 했고, 갔다.

대학시절 드글드글한 남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여자여자 하던지
아님 나는 남자다 여기며 남자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든지.

사복으론 치마하나 없던 나는 자연스럽게 남자답게를 선택했다.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남자선배동기들이 말하는 남자들만의 의리같은 걸 공유하겠다 생각했고 해냈다 생각했다.
술마실땐 동기놈들보다 늦게까지 남아 술취한 놈들을 비웃고 분위기를 주도하며 머 등등

사회생활에서도 주로 남자개발자들과 친하게 지내며 사고자체를 남자같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제 버스에서 어떤 처자를 봤는데 자연스럽게 음담패설을 떠올렸고 그 순간 매우 놀랬다.


비극이다.
나는 내가 여자면서도 여혐과 여성의 성적대상화가 너무 나 자연스럽다.
성장하고 늙어가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인식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최근들어 여러 강력사건으로 이제야 눈을 뜬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다.
이제라도 고민할 수 있게 되어서.
생각과 행동에 인이 박힌 여성차별을 쉽게 한번에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긁어내는 작업을 하겠다.


and

예쁜 할머니.
작은 머리를 유전으로 물려주셔서 손녀들이 그나마 용기갖고 살게 해준 할머니.
고생만 하다 간 할머니.
남편이 북으로 가 모진 고문과 고초를 겪은 할머니.
하나있는 아들, 착하디 착해 세상이 힘들어 먼저 간, 불행한 할머니.
청상과부로 무수한 시선들 속에 평생 자유롭지 못한 할머니.
다정다감하지 못한 손녀들로 끝내 따뜻하지 못한 할머니.

이제는 남편이랑 아들이랑 만나
그간 못누렸던 행복과 사랑 넘치도록 받으시고 만끽하세요.

모질게 할퀴던 이승에서의 생은 남김없이 잊으시고
포근하고 따사로운 천국에서 영원을 누리세요.

그동안 너무 고생많았어 할머니.

and

다행이다.

간밤에 꾼 꿈.

전 남자친구와 만나 숲길을 걸었다.
그는 간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난 전혀 그 아이에게 애정은 없었다.
걷다 힘들어보여 잠깐 내가 안아주겠다 했고 내가 안았다.
오래지않아 아기를 돌려주었다.

우리집 방향 버스를 탔다.
우리집 근처에 같이 내릴까봐 난 전전긍긍.
너무 싫었다.
그런데 버스가 가다 돌아섰고. 나는 왜 그러시느냐 기사에게 물었다.
갈아타야할거라 했고. 나는 그를 택시태워 보내버려야겠다 생각하며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그리곤 꿈에서 깼지.


전 남자친구가 나와 기분이 별로였지만
내가 그와 같이있기를 너무 싫어해서 괜찮기도 했고,
그 아기를 내가 계속 안고있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지금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싶었다.


5시 몇분에 깨서
밍기적 거리다 하드에 있던 전 남자친구의 모든 사진을 지웠다. 찍힌거든 찍은거든.


잘 살아라.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