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ing in the moonlight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일어나 그리고 일단 나가 회사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생각이란걸 해. 출근 전에 생각이란 걸 해봤자 회사가기 싫어. 가 다 잖아.
늦은 결혼에 친정에선 걱정을 했다. 아이를 낳을 거냐며. 엄마와 두 언니들은 은근히 아이 없이 둘이 행복하라며. 참고로 조카만 다섯이다. 시댁에선 둘 만 잘 살으라며 그 다음 말은 참으시는 듯 했다. 결혼 3년차. 친정은 이제 아이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시어머니는 점점 자주 아이 소식을 물어보신다. 나도 내가 당연히 엄마가 될 줄 알았지. 마흔 전까진. 결혼 전엔 엄마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결혼이란 걸 하고 보니 건너서는 안될 강이란 걸 알았다. 안될까 하던 남편도 이젠 현실을 직시했다. 피임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 왜냐고? 찬찬히 알려줄게. 먼저, 그래 이 나이에 임신도 쉬운 거 아닌 거 안다. 나도 다른 사람들한텐 아이는 축복이라고 얘기해. 남일이니까. 그런데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1. 늙..
아침 일찍 엄마가 오셨다. 같은 이름의 다른 동네에 갔다와서 오래걸렸지. 새로 담근 김치와 고추장아찌와 다듬은 고구마줄기와 호박 가지 고추 옥수수 밤 대파까지. 우리집 식량의 큰 부분을 엄마한테 받는다. 사위가 좋아한다고 옥수수도 구지 챙겨주시지. 아무것도 하기싫은 요즘 엄마가 챙겨주는 것들에 힘을 받았다. 오늘 저녁 뭘 해먹을까 생각해본다.
여중 여고, 그 다음을 또 여자들과만 함께하긴 싫어 무조건 남자많은데를 가겠다 했고, 갔다. 대학시절 드글드글한 남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여자여자 하던지 아님 나는 남자다 여기며 남자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든지. 사복으론 치마하나 없던 나는 자연스럽게 남자답게를 선택했다.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남자선배동기들이 말하는 남자들만의 의리같은 걸 공유하겠다 생각했고 해냈다 생각했다. 술마실땐 동기놈들보다 늦게까지 남아 술취한 놈들을 비웃고 분위기를 주도하며 머 등등 사회생활에서도 주로 남자개발자들과 친하게 지내며 사고자체를 남자같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제 버스에서 어떤 처자를 봤는데 자연스럽게 음담패설을 떠올렸고 그 순간 매우 놀랬다. 비극이다...
예쁜 할머니. 작은 머리를 유전으로 물려주셔서 손녀들이 그나마 용기갖고 살게 해준 할머니. 고생만 하다 간 할머니. 남편이 북으로 가 모진 고문과 고초를 겪은 할머니. 하나있는 아들, 착하디 착해 세상이 힘들어 먼저 간, 불행한 할머니. 청상과부로 무수한 시선들 속에 평생 자유롭지 못한 할머니. 다정다감하지 못한 손녀들로 끝내 따뜻하지 못한 할머니. 이제는 남편이랑 아들이랑 만나 그간 못누렸던 행복과 사랑 넘치도록 받으시고 만끽하세요. 모질게 할퀴던 이승에서의 생은 남김없이 잊으시고 포근하고 따사로운 천국에서 영원을 누리세요. 그동안 너무 고생많았어 할머니.
다행이다. 간밤에 꾼 꿈. 전 남자친구와 만나 숲길을 걸었다. 그는 간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난 전혀 그 아이에게 애정은 없었다. 걷다 힘들어보여 잠깐 내가 안아주겠다 했고 내가 안았다. 오래지않아 아기를 돌려주었다. 우리집 방향 버스를 탔다. 우리집 근처에 같이 내릴까봐 난 전전긍긍. 너무 싫었다. 그런데 버스가 가다 돌아섰고. 나는 왜 그러시느냐 기사에게 물었다. 갈아타야할거라 했고. 나는 그를 택시태워 보내버려야겠다 생각하며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그리곤 꿈에서 깼지. 전 남자친구가 나와 기분이 별로였지만 내가 그와 같이있기를 너무 싫어해서 괜찮기도 했고, 그 아기를 내가 계속 안고있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지금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싶었다. 5시 몇분에 깨서 밍기적 거리다 하드에 있던 전 남자친구의 모..
종로의 한 가게에 예약해 속눈썹을 붙였다.밍크였나.. 자연스러운 걸로, 처음 붙이는 사람에게 적당하다는 두번째로 싼 걸로 붙였다. 따뜻한 침대에 누워눈만 감고 있으면 되더라. 눈을 약간 시게 만드는 패치를 붙이더니 붙이기 시작.붙여준 언니가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해댔지만 괜찮았다.나도 감기막판이라 내 바이러스가 더 강하다. ㅋㅋ; 왼쪽부터 붙이고 오른쪽도 붙이고 부채로 부쳐주더니 끝났다고 거울을 드민다. 오호.만화에 나오는 눈썹이 되었다. 6마넌을 카드로 긁었다. 비싸다. 그러고 이틀동안 밤마다 잠을 설쳤다.잠들고 나선 자꾸 붙인 눈썹을 이물질이라 생각해 잡아 뜯으려다 멈추고를 반복했거든.눈꼽이 왜케 끼지..하다가 아니야 이거 6마넌 짜리야.. 하면서 잠을 깼다.역시.. 예뻐지는건 힘들어. 낮엔 코가 낮은..
왜 그리 피해왔는지 모르겠다.19년이나 지났는데 말이다. 아니 15년이라 해야하나.이미 나를 알던, 내가 알던 사람들은 없을테고, 내가 지나고 생활했던 곳들도 많이 바뀌어 내 빈약한 기억력으론 제대로 기억도 못할텐데. 몇년만에 간 학교는 이미 무수히 많은 공간의 재배치가 있었다.내가 주로 수업을 듣던 건물 옆엔 신식 건물이 들어섰고, 그 자리에 있던 작은 농구장은 물론 흔적도 없다.곳곳에 내 기억엔 없었던 시설과 간판과 건물이 즐비하다.다행히 학생회관만은 값싸보이는 색의 낡은 페인트칠 그대로 있더구만. ㅎ 약간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했다.그 공연을 보기 전까진. 14학번 새내기들의 풋풋하다 못해 오글거리는 공연이 시작이었다.쑥스러운 눈빛과 티비에서 보던 화려한 아이돌과는 판이하게 다른 어색한 몸짓에 ..
작년만해도 11월 말 부터 였던거 같은데. 10월이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자기전 핸드크림을 바른다. 샤워 후 바디로션도. 웬만하면 잊어버리는데 살갗이 당기고 따갑고 허벅지부분이나 발목은 간지러워서 로션을 찾게 되는 거다. 요즘들어 내가 늙는구나를 많이 느끼고 있다. 서른 아홉. 아홉수의 위력인가. '피곤하다'가 며칠 반복되면 얼굴이 뒤집어 지질 않나. 그게 또 며칠 반복되면 얼굴 자체가 일그러지는 느낌이고. 안그래도 참 예쁜데 아주 가관이다. 길고 힘든 산행을 한 이후 계속 심신이 피곤할 일만 있어서 인지 피로가 켜켜히 쌓이다 못해 압착된 느낌이랄까. 며칠 그냥 편히 잠만 잤으면 좋겠는데 그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스트레스로 빵! 터지기 직전에 관둔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와 다시 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