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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in the moonlight
몇년만에 겨울 겉옷을 샀다. 회사생활 처음 했던 겨울에 매년 겨울 코트를 하나씩 사리라 혼자 약속비슷한 것을 했었는데 살다보니 이것저것 걸리는 것도 많고 해서 한 해 두 해 미뤄왔다. 영국에서 영미가 한국가면서 버린 검정 잠바까지 달라고 해서 몇년째 입고있으니 겨울 옷 산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몇년동안 묵혀두었던? 생각때문인지 그 사람 많은 백화점 매대를 혼자 헤치며 고르며 입어보며 흥정하며 하지만 잘 골랐다. 답지않은 보라 코트에 여린 구리색 돕바. 예전같았으면 검정색 일색으로 골랐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나는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던차에 고르게 된 것이다. 옷을 사고 카드를 긁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전 내 좋은 친구 상희가 스마일이 붙어있는 지갑을 사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
이제껏 다른 사람을 신경쓰며 사는 것이 사회인이고 문화인이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그런 친절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하니. 하지만 이제 그런거 덜하기로 했다. 언제나 내가 먼저라는 걸 잊지 않기로 한다. 다른 사람 편한거보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먼저라고 생각하자. 범죄만 아니라면 못하고 살게 뭐가 있겠는가.
달착지근한 닭도리탕이란... 어쨌든 나보다 하안참을 어린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커피를 기다리는 긴 줄을 보아하니 싸게 파나보다 했다만 공짜라네. 비록 커피는 안마시지만, 비록 줄서서 뭐 하는거 싫어하지만, 비록 손시려웟지만 그냥 괜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다음에서 신규 서비스하는 블로그라고 홍보하는 설명을 듣고 내심 반가웠다. 홍보문구마냥 미니홈피는 답답하고 블로그는 허접하고 내 홈페이지는 무겁고 해서 어쩌나...하던 차. 새로 한 번 둥지를 틀어보자꾸나. 드림위즈 홈페이지, 개인 홈페이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이제 그만 방황하자.
악에 바치게 살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달간 죽고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죽는다...는 것에 대해 그리 가볍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무서워하지도 않는 탓에 죽고 나서 좀 편안하게, 안녕을 찾고 싶었다. 남들에게는 죽을 바에 힘내서 살아보는거라고 얘기하곤 했지만 막상 내 일에 있어서는 초연해지지도, 담대해지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안식을 취하고 싶었다. 지금은 우습게 허전하다. 어제 윤신이와 혜영이와 혜경언니의 연락에 내 마음이 녹았는지, 어제 저녁 엄마와 함께 산책겸 다녀왔던 1시간 가량의 마실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릴 것 같은 눈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기분이 드는게 오랜만이라는것은 확실하다. 매번 치이고 상처받고 즐거웠던 순간들은 잊어버리고 그렇게 살아오면서 가끔 이런 기..
성묘를 오가며 늘 느끼는 바지만 우리네 묘비는 참 밋밋하다. 천편일률적인 모양과 크기는 그렇다 치고 각인된 내용마저 생몰연도와 이름만 다를 뿐 거의 똑같다. 성경 구절은 눈에 띄어도 정작 이 풍진세상을 살다간 사람에게 의당 있을 법한 ‘자기만의 한마디’는 여간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에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의 묘비에 새겨진 말은 우리의 통념을 여지없이 깬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아무리 글 쓰는 것으로 평생 업을 삼았고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사람일지라도 자기 묘비에 이렇게 새겨놓기란 쉽지 않다. 확실히 버나드 쇼는 범상치 ..
끝까지, 끝내 자기밖에 모르는 당신이 정말 질려. 죽도록 집요한 것. 착한척, 너그러운척, 평소에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하다가 정말 중요할 때, 정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라야할 때. 그 때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당신이 정말 싫다. 뒷통수를 몇 번 맞다보니 이제 그런 낌새만으로도 질린다. A형 여자들...정말 질린다. 싫다. 지겹다.
오전 8시 08분. 온수행 열차가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바로 문 앞에 서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이 많네. 이미 내 앞에 있던 2명의 남자들은 몸을 지하철 안으로 우겨넣고 있었지만 난 차마 용기가 나지않아 옆으로 한 발작 물러섰다. 내 뒤에 있던 한 여인과 한 남자도 포기하는 눈치. 안내방송에 따라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로 한다. 다음 열차를 탔다. 역시나 사람이 가득차있었지만 이번 열차를 포기한다는건 지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타자마자 몸을 돌려 문을 바라보고 나니 내 뒤에 탄 사람들이 알아서 밀어주신다. 나보다 작은 한 여자와 엇비슷하게 마주보게 되었다. 파마머리에 무가지 신문을 안고서 은근하게 밀어주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사람에 낑겨 눈감고 흘러가고 싶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매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