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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in the moonlight
요즘 다시 잠을 잘 못자는 것 같다. 배가 고파서 못자나 싶어서 국에 말아 밥을 조금 먹었다. 그랬더니 새벽에 화장실에 가느라 깼기에 국물 없이 김에 밥을 말아 먹었다. 그랬더니 화장실은 안가는데 깬다. 추워서 그런가 싶어 이불을 두 개 덮었다. 그랬더니 무거워서 더워서 깼다. 뷁.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찌뿌둥...하고 하늘도 무겁기에 눈이 오길 한건가 보다...했다. 다행히 출근길엔 안오더라만. 점심시간 이후 한차레 굵은 눈이 휘날리더라. 첫눈이다. 갑자기 업되었다. 기분이 좋아져서 몇 명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기까지. 퇴근시간이 지났다. 오늘은 왠쥐...기분좋게 집에 가보자꾸나. 아... 아까 그런 얘기를 했다. 전생에 개였는지 눈만오면 좋다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두 번째. 두 번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출퇴근 길이라 그랬는지 난독증인지 싶게 글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는 침대에 누워 찬찬히 다시 읽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감성의 방향이 조금은 다르다.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크게 기뻐하지도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무뎌진 것일지도 모르지. 대신 애잔하게 저 바닥에 깔린 무언가가 있다. 그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에겐 이해되는 그런 것. 자신에게 충실하고 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미카게가 좋더라. 어쩌면 우리는 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나 자신을 잊고 남을 이해한답시고 설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다. 요리를 잔뜩 해서 먹고 싶어지기도 했다. 수식하는 문구가 많아 힘들긴 했다. 번역..
오늘 일하기 싫어 엠파스에서 이것저것 클릭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깜짝 놀랐다. 익숙한 이름의 블로그. 이 녀석이 여기 살아있었구나...싶더라. 어릴적..20대 초반에 유니텔에서 알게되니 그는 귀여운 얼굴에 크지않은 키에 야구모자.. 일부러 챙기지는 않아도 은근히 서로의 안부를 챙기곤 했다. 유니텔엔 지금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같은 것이 있어서 나만의 공간에서 글도 쓰고 사진도 올렸었드랬다. 그러다 유니텔이 시들해지면서, 그 모임도 사그라들고, 몇몇 직접적으로 연락하는 사람들끼리만 남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와 나는 서로의 연락처를 알지 못했어서 어여부야 인연이 끊긴 것 같다. 그의 주변인들과 나의 주변인들은 좀 성격이 달라서 그랬던 것도 같다. 그 당시 미니홈피 방명록에 그가 썼던 글이 생각난다. "남들은 ..
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다...싶었다. 이제 안정적으로 모아보는구나...싶었다. 7년쯤만에 치과에 갔다. 왼쪽 위가 아파서 갔는데 거긴 아무 이상이 없고 피곤하면 잇몸이 아플 수도 있다고 하면서 대공사 하나와 중공사 하나와 작은공사 6개를 제안했다. 아....얼추 100만원. 예전에 갔던 치과에서 그랬드랬다. 이가 민감하다고 그래서 충치도 잘 생기고 한다고. 별게 다 민감하다네 싶었다. 저번 토요일엔 대공사 하나 하시면서 어금니를 도려내었다. 무통마취로 잘 몰랐지만 마취가 풀리면서, 치과에 2시간 반 넘게있었다, 아파오더라. 진통제를 먹으시라고도 하였다. 드드드드드드... 갈리는 소리만 들어도 온 몸이 정지되면서 손에 땀이 차오고. 입 헹구면 피가 줄줄... 안그래도 힘없는데 생각지 않게 치과에서 피를..
어제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의 당선 소식을 듣고 짧디 짧은 내 식견에 도움을 주고자 MBC 9시 뉴스데스크를 일부러 챙겨보았다. 무려 30분 넘게 미국의 새로운, 최초 흑인 대통령에 대한 기사만 나오더군. 덕분에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보는 내내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날이 오버랩되더라. 그 날 대한민국이 들썩거렸었지. 특히 젊은층은 썩어문드러진 늙은이들에게서 권력을 쟁취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흥분했더랬다. 젊고 희망차고 진보적인 나라를 꿈꾸며. 엉뚱한 노파심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은 이제부터 제대로 혼란 속에 빠질 것 같다. 약자, 소외자, 억눌렸던 사람들의 목소리 곳곳에서 터져나오며 한 번에 해결되기를 기대할테고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기에, 한껏 기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내 체력. 체력이 약하다 못해 지랄맞다. 그래서 좀 서글퍼진다. 술 한잔 생각나는 날에도 내일이 무서워 예전처럼 마시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도 하고. 술을 마셔도 금방 어지러워지고. 매일 밤 피곤에 쩔어있어서 드라마를 다 못보고 자고. 예전엔 드라마 끝나고 하는 예능프로까지 보고야 잤는데 말이다. 이 체력으론 소개팅도 못해먹겠다. 차 한잔 하고 근처 대학을 한바퀴 돌았는데 그게 그리 피곤했던지 내 얼굴에 피곤과 짜증이 범벅이 되어있는 걸 거울을 안보고도 알겠더라. 당연히 상대방을 신경쓸 수가 없었지. 머 상대가 딱히 맘에 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글렀다. 저녁을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겐 당장 집에가서 쉬어야하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롭잡..
손목시계를 하나 샀다. 전에 썼었나 싶군. 정말 베이직한 가죽손목시계. 다 좋다. 숫자판엔 군더더기가 없이 숫자와 눈금만 있다. 아. 날짜를 표시해주는 게 있다. 이 녀석이 어찌나 지멋대로인지 맞추는데 며칠걸렸다. 줄은 어두운 갈색이고 약간 빈티지 느낌이 있어서 아주 맘에 들었다. 야광도 된다. 그런데 시끄럽다. 밤이면 벽시계를 버린 요즘도 이 손목시계 똑딱 소리가 방에 쩌렁쩌렁 울린다. 시끄러운 소음은 아닌데 이 조그만 것이 어찌나 소리가 우렁찬지 감탄하기도 한다. 좀 싼 시계라서 그런가 싶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은 똑딱 소리에 마음이 안정되기도 한다. 이걸 왜썼나 싶다.
강남에 Irish pub 이 생겼다. 꽤 된거 같은데 처음에 봤을 때 겉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드랬다. 잊혀져가는 기억이 되살려진 기분. 어제 ㅇㅁ를 만나 우리집 근처에 생긴 우리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와인바에서 기네스를 마셨다. 연어 아사히 쌈이라는 처음들어보는 안주를 시켰는데 나와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더라. 양상추에 연어와 알과 무순과 소스. 그녀와 기네스를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일랜드 여행이 떠올랐다. 기네스 공장 꼭대기에서 마셨던 걸죽한 기네스의 맛은 아마도 내 죽기전에 다시 보기는 힘들겠지. 다시 가지 않는 한 말이다. 씁쓸하고 진한 진정한 흑맥주의 그 맛은 내 미각에 제대로 각인되었다. 그 여행에선 ㅇㅁ와 ㅊㅇ와 함께 매일 매일 기네스를 마셨던것 같다. 끼니때마다 펍에서든 캔으로든 의무라도 ..
내 방 시계가 죽었다. 아니 몇 달 골골 했는데 내가 안락사시켰다는게 맞겠다. 언젠가부터 주말만되면 귀신같이 시간이 늦춰줘서 거 참 신기할세 하면서 월요일 아침에 다시 맞추곤 했는데 그것도 얼마 못가 평일에도 늦어지더니 이제 어쩔 수 없게 되버린 것이다. 요 시계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 때 ㅇㅎ선배가 내 생일에 선물로 주었던 오렌지빛의 상큼한 시계니까 10년이 넘었구나. 동그란 모양에 색이 좋아서 무척 맘에 들었는데 말이다. 이 시계가 명을 다하고 나니 괜실히 그 선배와도 인연이 다한게 아닐까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든다. 학교다닐 적 선배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더라도 결혼까지 갔을지도 모르는데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이제 둘 다 늙어버려서, 몸도 늙었지만 마음도 열정도 늙어서 뭘 더 어쩔 수는 없겠다..
영국합작드라마였구나. 역시 거칠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국 스타일. ㅈㅁ오빠의 흘리는 말을 주어담아 봤는데 상상/기대 이상이었다. 이제껏 현대물만 보면서 머리쓰고 복잡하고 그런 것에 얼추 질려있던 차에 날것을 접한 신선한 기분이랄까. 이건 아날로그적이라는 단어도 부족하다. 아날로그보다 더 본질적인, 기본적인 이야기. 어느 드라마보다 살이 많이 나오는 화면은 인간적이기까지하다. 중간 중간 전투신과 섹스신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노골적이다. 그래서 잔인하고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로마시대다보니 각종 신들과 신화를 은유하는게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 있어선 내 지식이 짧아 이해를 하는 데 쉽지 않아서 안타까운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그리스로마신화 책을 구입했다. 예전부터 사서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