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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각자 자기 얘기에 바뻐서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에 상관없이 내 얘기부터 일단 쏟아내고 본다. 다른 사람 얘기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내 얘기가 급해. 대화할 사람도 없어서 그동안 모아왔던, 쌓여왔던 내 얘기를 그냥 토하고 싶어. 그런 것.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대부분 내 얘기를 듣다가도 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며 내 이야기를 결론내고 그에 따른 해결방법이라던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곤 한다. 하다못해 가족들도. 그 이유는 날 잘 아니까 얘기를 다 듣지 않아도 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가 얘기를 할 때의 대부분은 내 얘기에 대한 답을 원하는게 아니라 그저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해결방법은 내가 혼자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혜경언니와 몇시간 얘기를 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누구에게도 못했던,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 응어리져있던 얘기들까지 했던 것 같다. 말로하면 유치하고 치사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말이다.
그러고보니 올 해 몇 안되는 고마운 사람 중 한 명이 또 있었다.
금요일. 2달만에 사실 순수히 만난건 3개월 이상되었을 만남.
이 녀석들 때문에 내 웃음 창고는 충전이 된다.
몇 달간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메말랐던 내 웃음 창고가 간만에 여유가 생겼다.
서로의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을 그저 순수하게 웃음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만남. 한때는 그런 것이 친구라 불릴 수 없는 성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점 점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지는 인생을 살다보니 그저 웃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한 녀석은 오랜 연인과 헤어져 힘들어하고 새신랑은 가사노동에 힘들어하고 나는 저주받은 체력에 힘들어하고 한 녀석은 남편과의 불협화음에 힘들어하고 한 녀석은 회사에 힘들어하고.
비록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몸이 가라앉아 먼저 일어나 아쉬웠지만 그래도 우리 만나 웃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집에 오는 길 눈이 내렸다.
그따위 일에 울지 않으려고 애쓰다 술기운에 잠시 놓아버린 이성으로 그렇게 울고 나니 조금은 개운해졌다.
3.
우리동네 오래된 한의원의 한의사 아저씨.
4.
하고 싶은 말은 많고 머리는 복잡하고 그렇지만 딱히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을 찾기 힘들때
객관적이고 냉정하고 하지만 인간적인 기옹이 있어서 내 머리를 정리할 수 있었다.
나를 알면서도 모르는 그런 사람.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5...
더 없다.
피폐한 2007년 이로군
몇년만에 겨울 겉옷을 샀다.
회사생활 처음 했던 겨울에 매년 겨울 코트를 하나씩 사리라 혼자 약속비슷한 것을 했었는데 살다보니 이것저것 걸리는 것도 많고 해서 한 해 두 해 미뤄왔다. 영국에서 영미가 한국가면서 버린 검정 잠바까지 달라고 해서 몇년째 입고있으니 겨울 옷 산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몇년동안 묵혀두었던? 생각때문인지 그 사람 많은 백화점 매대를 혼자 헤치며 고르며 입어보며 흥정하며 하지만 잘 골랐다. 답지않은 보라 코트에 여린 구리색 돕바. 예전같았으면 검정색 일색으로 골랐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나는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던차에 고르게 된 것이다.
옷을 사고 카드를 긁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전 내 좋은 친구 상희가 스마일이 붙어있는 지갑을 사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 기뻤고 무엇보다 내 가려웠던 곳을 시원히 긁어준 그녀의 배려깊음에 감동했다. 헤어진 그 사람이 선물했던 검정 지갑을 그 동안 계속해서 들고다녔드랬다. 그리고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언짢아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런건 이겨내야한다는 오기에 그 어두워지는 마음을 참고 참았다. 그런데 스마일 지갑을 받고나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알게되었다.
우울한 마음으로 고생하기보다는 그냥 하나 새로 사면 편했을 일이었던거다. 안그래도 스트레스에 치여 우울한 와중에 지갑따위까지 날 괴롭히게 두면 안되었던 것이다. 그까짓 거 그냥 버리고 장난감지갑이라도 하나 사면 됬을것을...쓸데없은 오기로 스스로 힘들게했던 내가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동안 지하철이나 버스탈 때, 점심값 낼 때, 볼 때마다 얼마나 그 사람 생각으로 혼자 어두워졌던가.
그리고 어제 쇼핑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알았다. 내가 쇼핑광이 아닌이상, 내가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이 아닌이상, 내가 과소비를 하는 사람이 아닌이상, 사고싶은 것을 몇 년씩 속에 묵혀둘 필요는 없는 거였다.
난 이제 좀 편하게 즐거울 수 있도록 살기로 한다.
끝까지, 끝내 자기밖에 모르는 당신이 정말 질려.
죽도록 집요한 것.
착한척, 너그러운척, 평소에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하다가
정말 중요할 때, 정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라야할 때.
그 때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당신이 정말 싫다.
뒷통수를 몇 번 맞다보니 이제 그런 낌새만으로도 질린다.
A형 여자들...정말 질린다. 싫다. 지겹다.
오전 8시 08분.
온수행 열차가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바로 문 앞에 서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이 많네.
이미 내 앞에 있던 2명의 남자들은 몸을 지하철 안으로 우겨넣고 있었지만 난 차마 용기가 나지않아 옆으로 한 발작 물러섰다. 내 뒤에 있던 한 여인과 한 남자도 포기하는 눈치.
안내방송에 따라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로 한다.
다음 열차를 탔다. 역시나 사람이 가득차있었지만 이번 열차를 포기한다는건 지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타자마자 몸을 돌려 문을 바라보고 나니 내 뒤에 탄 사람들이 알아서 밀어주신다. 나보다 작은 한 여자와 엇비슷하게 마주보게 되었다. 파마머리에 무가지 신문을 안고서 은근하게 밀어주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사람에 낑겨 눈감고 흘러가고 싶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매번 역마다 미친듯이 사람이 타고 난 어느새 중간에 서있다.
밀리고 밀려 난 몸을 최대한 접어야했고 숨을 쉬기 힘들었다. 내 앞의 아저씨의 독한 방귀냄새도 힘들다.
사람에 치이고 밀리고 눌리고 옴짝달싹을 못하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