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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in the moonlight
3개월 전. 집에 조용히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서 몸을 담그고 심신의 피로를 풀고자 눈을 감고 잠시 있었다. 몸이 갑자기 다운이 되는 것 같아서 몸을 일으켜 욕조 난간에 걸터 앉았다. 좀 어지러웠고 그래서 옆 세면대를 잡았다. 그리고는 레드 썬. 눈을 가만히 떴다. 뒷머리는 욱신거리고 내 주변은 뿌옇다. (그 상황에서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이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하는 구나 생각했다.) 난 목욕을 하는 중이었고 난간에 앉아있었다는 시간과 공간을 인지하는데 1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 후에 눈앞이 맑아지고 나서야 내 상태를 살펴보니 다 벗은 몸을 미지근한 물에 담그고 있었다. 뒷머리는 수도꼭지에 바친상태. 난 잠시 기절을 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 동네 목욕탕에서 눈앞이 새..
스스로 솔직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 누가 뭐래도 내 생각에 대해서, 내 느낌에 대해서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외의 부분이라면 그저 예의, 예절 때문에 내 솔직함에 조금의 양보를 하는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란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른따위는 되지 않길 바랬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겠다고 1시에 잤더니 피곤했다. 동해안을 가거나 보신각을 간것도 아니지만 1시까지 깨어있었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거다. 살다보니 이런 상태까지 되었더라. 워낙 잠에는 약했지만 1시에 잤다고 갑상선이 붓다니 말이다. 조카녀석들이 열흘간 와있게 되어서 일주일만에 또 온가족 다 모였드랬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막내이다보니 음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겆이와 이것저것 정리, 심부름 등등을 하다보니 피곤이 또 겹쳤다. 4시 반쯤 그로기가 되어 안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싸우며 레고를 하는 조카녀석들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깐 잤나보다. 아무튼 10시에 누웠다마는 또 심장이 뛰어주셔서 방황하다가 오랜만에 진땀흘리며 자다 깼다. 미쳐. 밤새 비몽사몽. 시무식이라 일찍 출근해주셔야해서 일찍일어나..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혼자 차분히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스스로에게 덕담을 하는 글을 써왔다. 간혹 혹자는 내가 쓰는 스타일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것처럼 자신의 연말연시를 챙기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패스. 이유인즉슨, 올해는 하나하나 뒤돌아보며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시간이 흘러 이제야 조금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아직 딱정이도 앉지않은 상처를 송곳으로 헤집는 일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엔 용기를 내어 해보려고도 했으나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포기하기로 했다. 대학 졸업부터 연말이면 어쩌면 이렇게 매년 힘들까 했다만 올해처럼 진저리쳐지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듯. 솔직한 심정으로 2007년 부분을 삽으로 확 떠서 공중분해시켜버리고 싶다. 그저 내년엔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란 희망을 찾기로 한다. 올해 읽..
집에 가는 길. 전철역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날이 추운것도 버스를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였는데 그냥 오랜만에 택시가 타고싶었다. 너무 모범적으로 몇 달 살다보니 택시탈 일도 없었거든. 택시를 잡아타고 행선지를 말하고 나니 기사 아저씨가 툭 한마디 하셨다. "전도연인줄 알고 한 번 더 쳐다봤어요" 머 난생 처음 듣는 얘기라 칭찬인지 욕인지 몰라서 물어봤다. "그거 칭찬이시죠?" "아 그럼요~" 하시면서 백미러를 보시길래 민망시러워서 고개를 살포시 돌렸다. 살다보니 별 소리를 다 듣는다. ㅋㅋㅋ 좋다. 집에 가는 동안 흘끗거리면서 아저씨가 혹시 술드셨나 확인도 하고 했는데 택시 창을 꽉 닫고 계시고 술냄새도 안나도 얼굴색도 평범해서 믿기로 했다. 저녁, 가로등빛, 화장발 의 조화로 그럴 수도 있겠지..
겨울인데 덥네. 점심을 월급받은 기분이다 해서 값이 좀 나가는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다. 평소에 먹는 중국집을 생각하고 게살볶음밥을 시켜서 먹었다만 역시 가격이 좀 나가는 중국집은 그 중국 특유의 향이 음식에 있다. 잔잔히 깔리는 그 향은 내 속을 슬슬 뒤집어 준다. 올 초 예전 회사에서 미국 본사에서 나와서 같이 호텔 중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고 미칠뻔 한 적이 있다. 음식 재료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었으나 요리에 들어간 그 향은 정말 아........ 회사로 오는 차에서 토하는 줄 알았다. 다행히 나와 상태가 비슷한 차장님과 함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쭉 들이키고 회사로 들어갔더랬다. 오늘은 그때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였으나 은근히 올라오는 향을 다스리기 위해 오란씨 파인을 간간히 들이키고 있다. 몇 ..
어제 언니네들이 떠나고 홀로남아 집안을 치웠다. 0. 집안 곳곳의 쓰레기와 물품을 정리한다. 1. 청소기를 돌린다. 2. 손걸레로 구석구석을 닦는다. 3. 스팀청소기로 소독하는 느낌으로 닦는다. 4. 걸레 등등을 손빨래한다. 5. 샤워를 하며 화장실 청소를 한다. 6. 세탁기를 돌린다. 7. 마른 세탁물을 걷고 탈수된 세탁물을 넌다. 8. 세탁물을 갠다. - 이때부터 컨디션이 안좋아진다. 집을 따뜻하게 하고 요기를 좀 하고 쇼파에 눕는다. 그러다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내 방을 정리했다. 붙박이장 안에 엉켜있던 청바지와 목도리와 니트를 분리하고 잘 개어서 쌓아두고 책상위에 널부러져있던 카드청구서, 연말정산 안내서, 책, 달력, 지갑, 돈...등등을 정리하고 나니 보이는 쓰레기통. 아마도 중학교 때나 고..
크리스마스 이브. 원래 당일 보다는 전날이 더 스릴있고 기대되고 하는 거다. 여행도 연애도 그렇듯이 말이다. 어릴때는 집에 있는 큰 행운목을 트리삼아 전구장식하고 별달고 색종이로 사슬같은거 만들어서 달아놓고 좋아라하기도 했고, 벽에는 사탕을 엮어서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사탕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고, 좀 커서도...대학때까지만 해도 비싼건 못샀어도 온 가족 크리스마스 선물이며 카드며 정성을 쏟았었드랬다. 20대 중후반까지도 친한 지인들에게는 다이어리나 메모장이나 등을 매년 연말에 선물하기도 했다. 선물을 받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기분과 선물을 준비하는 설레이는 마음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올해는 아주 조용하다. 엊그제 마덜 벌스데이 파리를 했기도 하고..
곧 나는 사회에 뛰어든지 어언.... 길다면 긴데...어르신들에게는 우스운 시간이겠다. 어느덧 이제는 할 줄 아는 도적질이 이것뿐이게 되어버렸다. 뭐든 다른 것을 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하는 것이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바닥, 시작, 처음...이런것들. 오늘 회사에서 내 작업에 대한 평을 보았다. 단 한 줄이었지만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다. 뭐 그렇게 심한 말도 아니었는데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승질이 나기도 하고. 또 확 때려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너무 이른데... 사회생활 초반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실행을 곧잘했다. 그래서 중간 중간 백수 기간도 좀 길었고 그러다보니 돈은 안모이고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욱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