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에라이 (220)
dancing in the moonlight
토요일엔 옷장정리를 하였다. 워낙 옷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엔 유난히 간단하게 끝난 것 같다. 한번씩 왔다갔다하고 나니 끝. 좀 허무하기까지 하더라. 작년 봄에 뭘 입고 회사에 다녔는지를 모르겠다. 매년 봄, 여름이 되면 하는 고민인데 어쩜 매년 그러는지 말이다. 겨울엔 제법 나이에 맞게 입고 다닐만한데 날이 따뜻해지면서 옷이 얇아지면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달까, 방황한달까; 뭐 몸이 되면야 뭔들 못입겠느냐마는... 이런 저런 구석 구석 신경쓸 데가 많은 까다로운 몸매이기에 신경쓸게 많다. 언제 한 번 맘먹고 쇼핑을 해야겠는데 요즘 같아선 만사가 귀찮으니 큰일일세. 뭘 사야하는지 리스트나 뽑아볼까. 조금 긴 상의- 자켓이든 가디건이든. 어깨선이 부드러운 것으로다가. 징박힌 벨트- 왠지 벨트는 징이 박혀줘야..
4년인가 5년인가 전에 알게되었다. 얼굴은 4, 5년만에 얼마전 처음봤고. 내 얄팍한 기억에 초반에 메신저로 대화를 많이 했었었다. 감각이 펄펄 살아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나름 감각적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그 사람은 콕콕 자극을 주었다. 그 당시 은근히 그 사람에 대해서 욕심이 났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 때 빠져있는 사람이 있었고. 그러다 난 영국에 갔고. 그 사람은 결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해주었다. 연락은 끊겼다. 내가 요즘 건강이 좋아졌나보다. 누군가에 대해서 호기심이 왕성해진걸 보니 말이다. 호기심을 억눌러야 한다는 머리의 속삭임이 크게 들린다. 왜 매번 이런 사람에게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이냐고도 한다. 내가 틀린말 한적 있냐고도. 에라이 모르겠다. 저짝에다 던져놓자. 일단.
솔직히 누군지 몰랐다. 이름은 귀에 익는데 뭐하는 사람인지 관심도 없었다. 하나티비로 다시 본 무릎팍에 그가 나왔다. 추성훈. 얼굴을 보고나서도 누군지 몰랐다. 누군데 나오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반해버렸다. 아끼는 듯이 노래하는 것을 보고 또 반해버렸다. 부모님이 반대하면 여자친구와 도망간다는 것에 다시 반해버렸다. ㅎ 아직도 그가 누군지는 잘 모른다. 그냥 격투기 선수, 유도를 사랑하는 사람, 피는 한국사람, 문서엔 일본사람. 그 정도. 그냥 추성훈이라는 인간이 좋아졌다고.
대학시절 써클활동을 했었다. 이성적으로 학과 활동과 써클활동을 반 반 해서 학과에서든 써클에서든 적당히 인정받고 그랬다고 감히 생각하며 살고 있다. 나름 균형을 잡고 산다고 생각했던것 같고. 같은 과 오빠들과도 친하게 지냈고, 써클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었다. 그 오빠들은 지금 다 사라져버렸지만. 오랜만에 한 선배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1학년때 잘 챙겨주었고, 뭔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왠지 그 선배한테 인정받고 싶기도 했고. 가끔 소식을 전해들어도 그냥 그렇다 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림을 사진을 보니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충격이 있네. 그러면서 내가 지난 해부터 해왔던 몇몇 고민들이 어찌나 하찮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기분이 또 이상하네.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어딜갈까 말도 많고 며칠갈까, 차는 어떻게 할까, 뭘 먹을까, 가서는 뭘할까...한 달 전부터 복닥복닥 했다. 나중엔 계획짜느라 우리집에서 모이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결론은 처음 얘기한 것으로 되었지만. ㅎ 큰언니네 4 작은언니네 4 엄마와 나 2 토탈 10명의 나름 대가족의 행보. 차는 두 대로. 한 대에 초등학생 조카놈들 세 명을 묶어서 태우고 돌쟁이 조카와 엄마와 내가 한 묶음이 되었다. 금요일 아침 6시 깔깔거리며 출발. 진해엔 벚꽃이 아직 안피었다. 내가 신문에서 본 진해 벚꽃 사진은 작년것이었던것이었다. 하지만 거제자연휴양림은 근사했다. 현대식으로 첨단을 달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름 그대로 자연속에 폭 안긴 느낌이었다. 날이 아직 좀 차서 보일러를 빵빵하게 올리고 ..
다시 빠마를 하였다. 빠마한 지 두 달이 지나니 풀려서 산발이 되었다. 남들은 괜찮다지만 내가 날 보기에 버거워서 과감하게 토요일에 해버렸지. 빠마기가 있던 머리에 빠마를 했더니 제대로다. 원피스 루피가 사랑하는 아프로 머리가 되었다고나. 요즘 소주광고의 이효리가 한 그 뻥튀기 머리같다고나. 월요일, 화요일은 좀 뻘쭘하기도 하였으나 ㅎㅎ 이젠 자신감을 되찾았다. 봄과는 좀 어울리지 않다 싶기도 하다만. 좀 무겁잖아. 나이들어 피폐해지는 얼굴에 활기를 주는 것 같아 괜찮다. 머.
자주신는 구두는 3켤래? 켤레?가 다 굽이 나갔다. 버스에서 내릴 때 시끄러워 굽이 나간걸 알았다. 엄마에게 부탁해 3켤래 모두 굽을 갈았다. 이제 듣기 좋은 굽소리가 난다.
드디어 진정한 봄이 왔나보다. 햇살이 눈부시고. 자외선도 걱정이 되고 말이지. 지금 시각 오후 2시 반정도. 회사 창문을 열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덥다. 오늘은 일도 한가하고. 그러고보니 오늘은 화이트데이. 한달 전 난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으나. 오늘 여기저기서 받은 사탕이며 쪼꼬렛이며..꽤 된다. 머 살짝 미안한 감도 없지않아 있지만. 누가 준건지 모른다는건 좀 문제가 되는데. 차차 알게되겠지; 지금 사랑하는 혹은 관심있는 사람이 있다면 계절을 떠올려보라. 오늘 라디오에서 나왔던 심리테스트 같은건데. 그 사람을 생각하면 무슨 계절이 떠오르나요? 가 질문이다. 질문의 의미는 지금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라고 하고. 봄-첫사랑/ 여름-사랑하고싶은 사람/ 가을-의지하고싶은 사람/ 겨울-결혼하고싶은..
최근 소개팅을 또 했다. 돈도 있고 회사도 멀쩡하고 혀도 안짧고 교회도 안다니고 마르지도 않다고 했다. 단, 6살 차이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준수한 외모였지만 나이와 연륜이 보이는 얼굴과 표정에서 난 차마 내 표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 없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레임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도 호기심은 생기리라 했다. 이야기가 안되는건 아니였지만 날 가르치는 듯한 말투에서 대화를 길게 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창밖에서 수도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버텼다. 6살 차이. 이것은 친척오빠같은 느낌이다. 하나의 장벽이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