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ing in the moonlight
오늘 점심은 정말 맛있는 낙지볶음. 워낙 낙지를 좋아하기에 참 맛나게 먹었네. 먹고 나와선 새로오신 차장님이 음료수를 쏘신다기에 기꺼이 받아들였지. 난 콜드 토마토...비타민이 어째 맨날 모자른 기분이라 말이지. 동료 중 한 명이 '꿀홍삼'을. 꿀홍삼을 보자니 빙긋 웃음이 났다. 웃음이 나는 내가 어색해서 바로 표정을 굳혔다만. 자주 술을 마셨던 그를 위해 그가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늦는 일이 있어도 편의점에 들러 꿀홍삼을 사서 앵겨주곤 했다. 처음 사서 줬을 때 너무 고마워하며 속도 편하고 좋다고 했어서 그랬는지 그 이후로 계속 그랬드랬다. 전화를 안했거나 하는 작은 일들에 내가 삐쳤을 때는 한 두번 안사주기도 했지만 속쓰려하던 그를 보기 안쓰러워서 결국 늦게라도 샀었던 것 같다. 그러다...언제부터..
어른이 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란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른따위는 되지 않길 바랬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겠다고 1시에 잤더니 피곤했다. 동해안을 가거나 보신각을 간것도 아니지만 1시까지 깨어있었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거다. 살다보니 이런 상태까지 되었더라. 워낙 잠에는 약했지만 1시에 잤다고 갑상선이 붓다니 말이다. 조카녀석들이 열흘간 와있게 되어서 일주일만에 또 온가족 다 모였드랬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막내이다보니 음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겆이와 이것저것 정리, 심부름 등등을 하다보니 피곤이 또 겹쳤다. 4시 반쯤 그로기가 되어 안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싸우며 레고를 하는 조카녀석들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깐 잤나보다. 아무튼 10시에 누웠다마는 또 심장이 뛰어주셔서 방황하다가 오랜만에 진땀흘리며 자다 깼다. 미쳐. 밤새 비몽사몽. 시무식이라 일찍 출근해주셔야해서 일찍일어나..
세밑 분위기 탓일까. 어둠의 수위가 아찔할 만큼 높다. 주변이 술렁이고 번잡하고 활기에 가득찰수록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시간 공간의 감촉은 차고 낮고 깊다. '혼자'라는 것이 지독한 추위로 느껴진다. 추억으로만 남은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헤아려본다. 떠난 이는 없지만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이렇듯 떠올리는 자가 기억하는 것이란 그들을 대신하는 두어 음절 화석화된 이미지뿐이다. 그렇기에 더욱 애달프고 그리운지도. 한국일보 2008년 신춘문예 당선작 '방' 진연주 당선소감 中 - 떠난 이는 없지만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라는 글이 너무 와닿아서.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혼자 차분히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스스로에게 덕담을 하는 글을 써왔다. 간혹 혹자는 내가 쓰는 스타일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것처럼 자신의 연말연시를 챙기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패스. 이유인즉슨, 올해는 하나하나 뒤돌아보며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시간이 흘러 이제야 조금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아직 딱정이도 앉지않은 상처를 송곳으로 헤집는 일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엔 용기를 내어 해보려고도 했으나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포기하기로 했다. 대학 졸업부터 연말이면 어쩌면 이렇게 매년 힘들까 했다만 올해처럼 진저리쳐지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듯. 솔직한 심정으로 2007년 부분을 삽으로 확 떠서 공중분해시켜버리고 싶다. 그저 내년엔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란 희망을 찾기로 한다. 올해 읽..
네이트온에서 보니 한 여인의 이름이 "내려놓음" 이다. 그녀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알기에, 비슷한 기분을 알기에 그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짐작이 간다. 생각해보고 생각해봐도 뭐가 문제였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고 답답하기만한 그 상태.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힘든 티를 낼 수 없어서 더 속으로 썩어갔던 그 시간들. 겉으로는 언제나처럼 즐겁게 유쾌하게 쿨하게, 하지만 혼자있을 때는 오락프로를 보면서도 혼자 울먹이던 그 순간들. 술을 미치도록 마셔도 봤지만 취하지를 않았고. 그러다가 몸이 망가져서 술을 못마시게 되었고. 싫었던 모습들만 떠올리며 잊으려 애써보았고. 결국 그렇게 힘든 시간을 지나 지나 지나고. 누군가 그랬지. 사귀었던 시간만큼 그만큼이 지나야 잊을 수 있다고. 어른..
집에 가는 길. 전철역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날이 추운것도 버스를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였는데 그냥 오랜만에 택시가 타고싶었다. 너무 모범적으로 몇 달 살다보니 택시탈 일도 없었거든. 택시를 잡아타고 행선지를 말하고 나니 기사 아저씨가 툭 한마디 하셨다. "전도연인줄 알고 한 번 더 쳐다봤어요" 머 난생 처음 듣는 얘기라 칭찬인지 욕인지 몰라서 물어봤다. "그거 칭찬이시죠?" "아 그럼요~" 하시면서 백미러를 보시길래 민망시러워서 고개를 살포시 돌렸다. 살다보니 별 소리를 다 듣는다. ㅋㅋㅋ 좋다. 집에 가는 동안 흘끗거리면서 아저씨가 혹시 술드셨나 확인도 하고 했는데 택시 창을 꽉 닫고 계시고 술냄새도 안나도 얼굴색도 평범해서 믿기로 했다. 저녁, 가로등빛, 화장발 의 조화로 그럴 수도 있겠지..
밤 1시쯤이었다. 지잉~울리는 핸드폰에 화들짝 깨버렸어. 그 시간에 핸드폰이 울린건 너무 오랜만이라 정말 놀랬다구. 헤어진 그 사람 이외에는 그 시간에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없었거든. 낼 모레 시집가는 처자에게서 온 문자. 오늘 함들어왔는데...맘이 너무 슬프다고. 비몽사몽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맘이 너무 짠했다. 결혼하고 바로 해외로 가는 부부이기에 더 그랬을터이다. 언니 둘을 시집보낸바 있는 나에게 시집가는 딸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은 직접 경험치 못하였어도 충분히 짐작가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위로의 짧은 답문자 뿐이었지만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겨울인데 덥네. 점심을 월급받은 기분이다 해서 값이 좀 나가는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다. 평소에 먹는 중국집을 생각하고 게살볶음밥을 시켜서 먹었다만 역시 가격이 좀 나가는 중국집은 그 중국 특유의 향이 음식에 있다. 잔잔히 깔리는 그 향은 내 속을 슬슬 뒤집어 준다. 올 초 예전 회사에서 미국 본사에서 나와서 같이 호텔 중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고 미칠뻔 한 적이 있다. 음식 재료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었으나 요리에 들어간 그 향은 정말 아........ 회사로 오는 차에서 토하는 줄 알았다. 다행히 나와 상태가 비슷한 차장님과 함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쭉 들이키고 회사로 들어갔더랬다. 오늘은 그때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였으나 은근히 올라오는 향을 다스리기 위해 오란씨 파인을 간간히 들이키고 있다. 몇 ..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나간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