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ing in the moonlight
어제 언니네들이 떠나고 홀로남아 집안을 치웠다. 0. 집안 곳곳의 쓰레기와 물품을 정리한다. 1. 청소기를 돌린다. 2. 손걸레로 구석구석을 닦는다. 3. 스팀청소기로 소독하는 느낌으로 닦는다. 4. 걸레 등등을 손빨래한다. 5. 샤워를 하며 화장실 청소를 한다. 6. 세탁기를 돌린다. 7. 마른 세탁물을 걷고 탈수된 세탁물을 넌다. 8. 세탁물을 갠다. - 이때부터 컨디션이 안좋아진다. 집을 따뜻하게 하고 요기를 좀 하고 쇼파에 눕는다. 그러다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내 방을 정리했다. 붙박이장 안에 엉켜있던 청바지와 목도리와 니트를 분리하고 잘 개어서 쌓아두고 책상위에 널부러져있던 카드청구서, 연말정산 안내서, 책, 달력, 지갑, 돈...등등을 정리하고 나니 보이는 쓰레기통. 아마도 중학교 때나 고..
크리스마스 이브. 원래 당일 보다는 전날이 더 스릴있고 기대되고 하는 거다. 여행도 연애도 그렇듯이 말이다. 어릴때는 집에 있는 큰 행운목을 트리삼아 전구장식하고 별달고 색종이로 사슬같은거 만들어서 달아놓고 좋아라하기도 했고, 벽에는 사탕을 엮어서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사탕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고, 좀 커서도...대학때까지만 해도 비싼건 못샀어도 온 가족 크리스마스 선물이며 카드며 정성을 쏟았었드랬다. 20대 중후반까지도 친한 지인들에게는 다이어리나 메모장이나 등을 매년 연말에 선물하기도 했다. 선물을 받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기분과 선물을 준비하는 설레이는 마음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올해는 아주 조용하다. 엊그제 마덜 벌스데이 파리를 했기도 하고..
곧 나는 사회에 뛰어든지 어언.... 길다면 긴데...어르신들에게는 우스운 시간이겠다. 어느덧 이제는 할 줄 아는 도적질이 이것뿐이게 되어버렸다. 뭐든 다른 것을 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하는 것이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바닥, 시작, 처음...이런것들. 오늘 회사에서 내 작업에 대한 평을 보았다. 단 한 줄이었지만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다. 뭐 그렇게 심한 말도 아니었는데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승질이 나기도 하고. 또 확 때려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너무 이른데... 사회생활 초반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실행을 곧잘했다. 그래서 중간 중간 백수 기간도 좀 길었고 그러다보니 돈은 안모이고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욱 하는 ..
지맘대로 일정을 바꾸거나 그 약속 전에 새로 약속을 정하라고 약속을 정한 것이 아니다. 요즘같은 연말. 특히나 바쁘다면 바쁘고 주말마다 한 두개씩 생기는 이 때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우스워지는 꼴이 자꾸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다. 만일 약속을 못지키게 되면 미안해하고 다시는 안그러리라 다짐하고 다시는 안그러면 되는 것이다. 그닥 내키지도 않던 만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얼굴보고 풀건 풀고 즐겁게 관계 재정립을 위해서 나가려고 했던 약속이 본의 아니게 파토가 나게 생겼다. 올해 친하다고 몇년간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유난히 배신을 많이 당하고 있다. 배신의 이유가 피치못할 일이 아니라 그저 개인의 무책임이라는 것이 더 화가나고 진정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각자 자기 얘기에 바뻐서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에 상관없이 내 얘기부터 일단 쏟아내고 본다. 다른 사람 얘기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내 얘기가 급해. 대화할 사람도 없어서 그동안 모아왔던, 쌓여왔던 내 얘기를 그냥 토하고 싶어. 그런 것.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대부분 내 얘기를 듣다가도 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며 내 이야기를 결론내고 그에 따른 해결방법이라던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곤 한다. 하다못해 가족들도. 그 이유는 날 잘 아니까 얘기를 다 듣지 않아도 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가 얘기를 할 때의 대부분은 내 얘기에 대한 답을 원하는게 아니라 그저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해결방법은 내가 혼자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누..
금요일. 2달만에 사실 순수히 만난건 3개월 이상되었을 만남. 이 녀석들 때문에 내 웃음 창고는 충전이 된다. 몇 달간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메말랐던 내 웃음 창고가 간만에 여유가 생겼다. 서로의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을 그저 순수하게 웃음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만남. 한때는 그런 것이 친구라 불릴 수 없는 성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점 점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지는 인생을 살다보니 그저 웃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한 녀석은 오랜 연인과 헤어져 힘들어하고 새신랑은 가사노동에 힘들어하고 나는 저주받은 체력에 힘들어하고 한 녀석은 남편과의 불협화음에 힘들어하고 한 녀석은 회사에 힘들어하고. 비록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몸이 가라앉아 먼저 일어나 아쉬웠지만 그래도 우리 만나 웃을 수 있으..
매번 새로운 해리포터가 나올 때 마다 부리나케 사서보던 나였다만 올 해는 개인적인 일들에 너무 치여서 해리포터 따위는 내 신경망에 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야 좀 정리가 되고 안정기가 오면서 마음에도 자그마한 여유가 생겼는지 독서의 갈망이 생기더라. 그 동안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둔 책들이며 보관함에 있던 책들이며 해리포터까지 해서 10만원 상당의 책을 인터넷 주문했다. 이상하게 다른 것을 살 때와는 사뭇 다르게 책을 사면 왠지모르게 뿌듯해진다. 자랑하고 싶다면 오바일까. 해리포터는 원서라 무지막지한 두께라 집에서만 보기로 하고 출퇴근길에 읽을 첫 책으로 '사명과 영혼의 경계'를 골랐다. 사실 '사명'이 아니라 '사망'으로 생각해서 무척이나 심오한 심리학 서적인 줄 알았다만 막상 책을 보니 미스테리 메..
어제는 일을 아침부터 열심히도 했다. 단순한 업무일 수록 후딱 끝내자 해서 집중해서 했더니 3시 전에 끝났드랬다. 눈에는 실핏줄이 터지고 갑자기 기운이 빠지고 일하기는 싫고 해서 채팅 상대를 찾았다. 기옹이 마침 접속해있어서 잠깐 갈등을 했지만 그래도 말을 걸어보았다. 내 근황을 전하다보니 피 부족얘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나서 나는 봇물터지듯 내 얘기를 했다. 이게 아니였는데. 여유없는 대화. 대화는 목적없이 떠돌았다. 그렇게 어그러졌다. 거기서 멈추어지지 않던 내 욕심은 윤영이에게도 말을 걸었다. 역시나. 붕붕 떠다니는 말들. 목적없이 이유없이 무언가를 못하는 병.
1. 속이 터져버리려했던 그 날. 친구라 불리는 9명에게 전화를 했지만 모두 안되던 그 날. 바로 달려와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고마웠다. 덕분에 난 그나마 정상적인 상태로 집에 갈 수 있었으니. 2. 멀쩡한 척 하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도 갔던 날이 있다. 술이 좀 된 상태에서 내가 고른 노래들이란 신파 그 자체였고 다들 화장실에 간 사이에 난 엉엉 울었다. 그 때 들어와서는 날 가만히 안아준 녀석이 인찬이였다. 맨날 한없이 깔깔깔 거릴 수 있도록 즐겁게 해준 녀석이 위로까지 해주었다. 난 조금 후에 진정을 했고 쑥스러웠지만 녀석은 역시 모른척 해주었다. 그따위 일에 울지 않으려고 애쓰다 술기운에 잠시 놓아버린 이성으로 그렇게 울고 나니 조금은 개운해졌다. 3. 우리동네 오래된 한의원의 한의..
윤영이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오랜만에 들었다. 이제는 구지 기억하려 하지 않으면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좋았던 기억들은 벌써 1년지 지났고, 헤어지고 잊으려 애썼으니 당연한건가. 무슨 얘기를 듣더라도 힘들지 않게 되려고 부단히도 힘썼더랬다. 가끔 생각해보면 고맙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지만 다행히 지금은 그렇게 심장이 아리지 않는다. 내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해주어서 고맙고. 따뜻한 가슴을 내주어서 고맙고. 더 큰 상처가 불보듯 뻔하지만 질주하려했던 나를 잡아주어서 고맙다. 남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