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ing in the moonlight
벨트가 너무 사고싶었다. 고민만 백날 결국 아무거나 몇 달 전부터인가 벨트가 필요했다. 몇 년간 하던 징박힌 벨트가 수선에 수선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기에. 그 이후로 인터넷 쇼핑을 훑고 길거리를 다닐 때에도 노점상을 째려보고. 하지만 내 맘에 드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담백하한 디자인으로 징이 박힌, 버클이 단순한 벨트 찾기가 왜이리 어려운 것이냐. 그래서 차선책으로 온라인쇼핑으로 벨트를 하나 구입했다. 싸구려. 역시 싸구려. 한 달도 못버티고 죽었다. 금요일에 드디어 명동 노점상에서 담백한 민무늬 벨트를 샀다. 자우당간 이제 벨트 고민은 끝. 끝!
난 아직 에너지가 부족하다. 내 얘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 1. 이제껏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왔다. 그게 내가 잘하는 몇 가지중 하나다.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던지 위로를 해주던지 재밌게 해주던지. 하지만 2~3년 전부터 그게 싫다. 아니 못하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난 근근히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나를 위한 에너지도 모자르다. 2. 나에게 가슴을 열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니 단순히 귀를 열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저번 ㅎㅈ과의 뜬금없는 낙지와 소주는 얼마나 흐뭇하였던가. 흐뭇의 원인은 내 얘기를 ㅎㅈ이 들어주었어서 내가 내 얘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제야 확신이 선다. 그저 대화할 사람이 ..
왠지 그냥 집에 가기 싫어지는 금요일이 있다. 딱히 누굴 만나고 싶은것도 아니고 뭘 하고 싶은건 아닌데 그냥 이렇게 지내보내기 아쉬워 방황하는 날이 있다. 저번주 금요일이 그런 날이었다. ㅇㅎ선배가 내 레이다 망에 걸려들었다. 회사출퇴근에 힘들고 주식은 망하고 여자친구도 없어 인생의 낙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기에 가능했다고 내 맘대로 생각해본다. 익숙한 술집..익숙한 동네.. 나에겐 역시 종로구와 중구가 익숙하다. 전형적인 맥주집도 반가웠다. 잘생긴 ㄷㅎ이도 있었고 나중엔 기억이 가물거리는 ㄱㅎ도 왔드랬다. 양복에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이녀석들을 보니 이녀석들도 남자가 되었구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엄마 마인드가 생기더라. 내가 해준건 하나도 없는 녀석들인데 말이다. ㄷㅎ이는 지 후배가 오니 껄렁..
인간의 본성은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본성이 환경에 의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본성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영업마인드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든 얘기를 잘 풀어나가서 나에게 영업력이 있지않을까 했었다. 국민학교 5학년 부터 24살까지. 아니 한 26살까지? 지랄맞은 회사들을 다니면서도 적응은 잘 했었다. 분위기를 파악하고 나와 통할것 같은 사람을 잘 찾아서 어느덧 적응을 했었지. 회사들도 직원들도 적응 참 빠르다고들 했었다. 그러다가 점점 난 조용해지고 있다. 어릴때 유치원에서 적응을 못해서 토하고 아프고 혼자 누워있던 그 때처럼은 아니더라도 점점 적응이 힘들다 3개월이 지난 이 회사는 참 신기한 분위기. 아니...내가 처음보는 분위기랄까. 다른 부서와 다르게 남자도 많..
퇴근길 전철역에서 걸려온 ㅎㅈ의 전화. 소주한 잔 하자는. 대학원 수업을 땡땡이 친 간 큰 녀석과 한 잔 하기로 하다. 참 생뚱맞은 강변역에서 만나 좀 걸어들어갔으나 역시 한적한 동네. 발걸음이 멈춰진 곳에 들어갔다. 낙지볶음과 후레시를 시키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펀드얘기 결혼얘기 친구들얘기 빨갱이얘기 회사얘기 상사씹기 건강/운동얘기 옛날얘기 등등 3시간 동안 3병을 마시고 일어났다. 얼추 한 병은 마셨는데 역시나 취하더군.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집에 잘 도착했다. 다음날인 오늘은 그냥저냥하다. 어릴적 우리는 애매했었다는 게 기억났다. 이렇게 마주앉아 술을 마시는 게 참 신기하달까. 같이 잘 늙어가자꾸나. 친구여.
회사에서 이러면 안되는거지만 어제 못본 '베토벤바이러스'를 봤다. 저번 주말에 재방송으로 봤던 이 드라마가 신선하고 재밌어서 말이야. 몰래 보는 와중에 영화 미션에 나왔던 오보에 연주에 갑자가 울컥해서 혼났네. 왜 눈물은 나누.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중학교 때 보고 그때도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음악에 울었었지. 미션 감독 롤랑 조페 (1986 / 영국) 상세보기 오보에나 첼로는 들을 때마다 뭔가 마음 저 깊은 곳을 건들여서 마냥 울게 하는 힘이 있는것 같다. 간만에 볼만한 드라마가 나왔다. 쓸데없이 감정을 낭비하지않고 주인공들의 엇갈림도 없고 재벌도 없고. 그래도 충분히 재밌고 진지하다. 김명민의 힘은, 매력은 참으로 대단한듯 하다.
엊그제 ㅊㅇ의 결혼. 전통혼례로 미국인과 백년해로를 약속하였다. 전통혼례를 이번까지 세번째였는데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정서에는 역시 전통혼례가 딱이라는 생각이다. 예식장에서의 결혼은 조금만 소란스러워도 결혼식 분위기는 엉망이되고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야하니 불만가득하다가 이내 울어버리고 어른들도 신랑신부 뒤통수만 보며 그저 자리에 앉아서 지루해하지 않던가. 그에 반해 전통혼례에서는 흙마당에서 아이들은 맘껏 뛰놀고 어른들은 주변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신랑신부가 뭐하는 지 맘편하게 볼 수 있는 이 분위기와 사진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을 수도 있고 말이야. 잔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ㅊㅇ는 연지곤지 찍은 어여쁜 새색시였고. S는 어색하고 어리바리한 신랑이었다. 신랑측 외국인들은 연신 사진..
주말에 소개팅을 하였다. 하늘은 맑았고 좀 더웠고.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잠깐 선생님이 꿈이었던 적 이후로 내가 되고싶지도 않고 배우자로 만나고 싶지도 않았던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것이었다. 답답할 것 같다는 게 이유였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한다. 매년 다른 아이들과 지내는 것은 신선하겠으나 하는 일이 한 과목을, 같은 내용을 몇십년을 반복한다는 것이 더 깊은 이유가 되겠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가진 윤리적인 부분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일반 직장인도 비슷비슷한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이 별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왠지 선입견을 버릴 수가 없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고등학교 선생님. 만나자마자 너무나 선생님 같았다. 선생님같은 얼굴과 손짓과 분위기. 거부감까지는 아니였으..
달빛처럼 - W (크크섬의비밀OST) 마치 꿈결처럼 여전히 희미한 그대 모습은 천천히 그대 눈을 감아 봐요 내 맘이 보일테니 왜 난 그렇게도 해맸나요 그댄 여전히 내 곁에 있는데 달빛처럼 안아줄래요 그대 내게 마지막 그 사람일테니 푸른 별빛처럼 여전히 그대는 빛나네요 다시는 그댈 볼 수 없게 될까 많이 두려웠어요 왜 난 그렇게도 헤맸나요 그댄 여전히 내 곁에 있는데 달빛처럼 안아줄래요 그댄 내게 마지막 그 사람 일테니 내 영원한 사람 내 곁에 있어줘요 아주 오래도록 왜 난 그렇게도 헤맸나요 그댄 여전히 내 곁에 있는데 달빛처럼 안아줄래요 그댄 내게 마지막 그 사람일테니 부담없이 따뜻한 그 사람일테니 --------------------------------------------------------- 예..
매일(평일에만) 4시 반부터 몸은 다운다운다운. 5시 반쯤엔 그로기. 그러다 7시 반부터는 다시 멀쩡. 8월 8일부터 24일까지 올림픽. 둘리 말로는 난 매 올림픽때마다 열성을 다해 본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세상은 점점 좋아져서 회사에서 몰래 소리라도 생중계로 들을 수 있었다. 주말이면 약속을 다 미뤄버렸고 집에서 줄창 티비만 보았다. 울기도 웃기도 짜릿하기도 화나기도. 드라마를 잘 안본다만 스포츠를 하니 드라마는 생각도 안나더라. 스포츠야말로 진정한 드라마가 아니더냐. 끝을 알 수 없는 게임. 그래서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를 모르기에 더욱 더 집착하게 되는 그런. 날씨는 가을이 다 되었다. 처서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확연하게 아침 저녁 서늘해지고 한낮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