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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in the moonlight
앙코르 다큐멘터리 '곰배령 사람들' 토요일 밤, 뭐 딱히 볼 것도 없었지만 잠들고 싶지도 않아서 무심코 본 다큐. 강원도 산골, 곰배령, 겨울에 찍은 이 다큐에서 취재 차량이 눈에 막혀 1시간 가량을 걸어 들어갔다. 사람의 발길이 흔하지 않은 순연한 자연, 그것도 시린 겨울의 아름다움.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백하게 다가왔다. 너무 큰 자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걸까. 표정들도 그리 순할 수 없다. 이전에 봐왔던 자연속에 사는 사람들의 다큐를 보면서는 들지 않았던 생각이 들더라. 저기라면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랜만에 리모컨에 손이 가지 않는 괜찮은 다큐를 보았다.
바람이 은근해지고 햇살이 따사로워지고 꽃이 피고 세상이 갑자기 확 밝아지고 봄이 왔다. 매년 봄이 와서 벚꽃이 피면 누구 말마따나 이제 한 해가 다 갔구나...싶다가도 이 마법같은 자연의 온화함에 설레이지 않을 수가 없다. 왠지 힘이 솟을 것 같고, 솟아야만 할 것 같고. 점심에 선릉으로 부서 전체가 봄맞이를 갔다. 회사에서 선릉까지는 생각보다는 가깝지가 않아서 걱정했으나. 서른 명 정도가 우루루 가는게 부담스러워웠으나. 역시 가서 싱그러운 봄을 맞이하자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도시락 점심은 간단히. 한바퀴를 돌았다. 선릉이 누구의 능인지도 모르겠다마는 이렇듯 즐거움을 주니 선조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능에 있어 어울리는 키 큰 나무들이 한 낮의 뜨거운 해를 가려주고 여린 연녹색 잎들이 빼꼼하고 덩달이..
사회생활 어언 10년차. 나름 산전수전공중전까지 헤치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싸우기도 많이 싸워봤고, 5년차까진 싸움닭이라고도 불렸었고, 사장이라도 싸워봤고, 월급 안줘서 회사 집기 들고간다고 협박도 해봤고, 무수한 면접과 적지않은 이직에, 갖가지 회사에서 갖가지 사람들과 부대끼며 적응하며 온갖 감언이설과 중상모략도 보았고 겪었고, 좋은 사람들과는 술친구도 되었고, 두고두고 씹는 인간들도 있다. 그래도 아직도 세상은 겪지못한 일들 투성이인가보다. 이번 인사평가로 오랜만에 속이 뒤집혔다. 마음같아선 확 불질러 버릴까도 했으나 나이가 있어서 침착하게 되기도 하였고. 그래서 ㄹ언니와 ㅈㅇ에게 sos를 쳤다. 다행히 그녀들의 도움으로 침착을 찾고 머리를 굴릴 수 있게되었다. 열받으니 머리도 올 스탑. 나는 정리..
임플란트 시술 뒤 후유증이 크다. 시술 한 당일부터 점점 아픔이 커지는데 정말 아프다. 어제는 머리의 왼편 반쪽이 욱신욱신. 몸살기는 없어지질 않고... 오늘은 감기기운까지 덮쳤다. 목소리도 이상. 거기에 점점 부어간다. 이제는 붓기가 가라앉을 때도 된거 같은데...점점 커지는것만 같다. 아침마다 화장실 거울에서 깜짝 놀래고 있다. 완전 놀부턱이라고나 할까. 심술이 가득한 얼굴이라고나 할까. 아파서 세수를 세개 할 수도 없고. 화장도; 그러다보니 정말 엉망이다. 악. 하품할때마다도 아프고. 아...아프다.
WBC 가 끝났다. 4년에 한번씩 한다는데 왜 난 매년 본 것 같지; 스포츠 좋다. 나보고 직접하라면 싫지만 보는 건 참 즐겁다. 특히 프로야구, 국가간야구, 프로배구, 올림픽, 아시안게임.. 요정도. 가끔은 프리미어리그도 재밌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운동경기를 진정 좋아하기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된다. 음...그보다는 지루하디 지루한 일상에 뭔가 작은 이벤트라서 더 몰두하게 되는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드라마에 대한 재미는 오래전 없어졌고 그나마 예능프로를 보며 즐거움을 찾기도 하였으나 그도 이젠 별루. 비슷한 시기에 이놈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같은 얘기에 비슷한 구성에 슬슬 지겨워졌다. 다큐에도 관심이 많으나 프로그램 정보에 약하거나 하는 시간이 너무 극단적이거나 다시보기가 안되기..
드디어 해냈다. 내심 긴장이 되어왔던 일. 어떻게 결재를 해야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했던 일. 임플란트. 작년 11월 대대적인 치아 보수공사를 하다 몇년간 근근히 버텨온 어금니를 제거하였다. 뽑은 이에 새로운 이를 넣는 것이 당연하지만 막상 시도하기는 쉽지않은. 하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아까지 말자는 주의에 과감히 예약을 했더랬다. 2월 초에 다시 가서 가능한지 사진 찍어보고 엊그제 드디어 시술을 하였다. 수술실이란 곳에 들어가 그 수술용 초록 이불을 덮고 얼굴엔 입부분만 뚫려있는 것을 뒤집어 쓰고 준비. 미리 부분무통마취와 신경마취와 입안 소독과 얼굴 소독까지하고는 기다리다 시작. 아픔은 없었으나 그 중량감과 드릴느낌. 두개골 속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랄까. 기존 치과치료에서의 드릴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한..
자꾸 그런 얘기를 듣는 내 친구에게 화가났다. 왜 매번 다른 사람을 질리게 만들어서 다 떠나게 하는지. 몇 명 남지 않은 친구라는 나에게 부담을 주는지. 얼마전 거의 4년만에 ㅅㅎ를 만났다. 그녀와 나의 친구를 서로 알게 해준 것도 거의 4년이 되었겠다. 얼추 잘 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ㅅㅎ는 결국 그녀에게 질렸나보다.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展 - 천국의 이미지 화가들의 천국 2008.11.22 ~ 2009.03.22 서울시립미술관 이제야 갔네. 학생아이들 개학하고 가려고 미뤄두었는데 어느덧 전시가 끝나려 하고 있었다.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정보에 따라 도록을 구입하여 그 안에 있는 초대권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도록은 이만원, 전시티켓이 12000원에 작은도록이 6000원이니 나에겐 남는 장사같았다고나. 혼자가려던 기존의 계획과는 다르게 ㅎㅇ과 ㅁㄹ언니와 함께 갔지. 6시 반 칼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시청으로. 오랜만에 가서인지, 어두워서인지 시립미술관을 한 번 지나쳤지뭐야. 너무 어둑어둑하게 해놓긴 했다는. 간만에 보는 시립미술관은 여전히 고즈넉하고 편안하더라. 7시 반정도에 입장을 해서 나오니 8시가 조금 넘..
오늘 출근길. 운좋게 2호선에 자리가 났다. 바로 눈감아 주시고. 옆자리에 누가 앉았다. 10초쯤 지났을까. 놀래서 눈을 스~윽 떴다. 수박껍질냄새가 났다. 다리를 보니 양복이었고 가방도 직장인이었는데. 향수냄새인가 한참을 조용히 킁킁거렸지만 향수라 하기엔 너무 싸구려잖니. 아...싸구려 향수일 수도 있구나; 쏠리더라. 그가 삼성에서 내리고 나서도 힘들었다. 수박이 싫어지려고 한다. 수박은 역시 여름에 어울리는 과일인 것인가. 출퇴근길엔 참 별의 별일이 다 일어난다. 어제도 출근길. 2번째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유부인지 아닌지 확인은 못했지만. 눈이 나름 즐거워졌다고. 또 만나면 눈인사라도 해볼까.